HRD 담당자와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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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드 : 코로나 19, HRD 트렌드, HRD 변화, 큐레이션, HRD 큐레이션, 콘텐츠 큐레이션, 언택트 교육, 비대면 학습, 비대면 교육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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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와 변화


 

2021년 현재 가장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은 아마도 유례없는 COVID19(이후, 코로나) 라는 감염병의 탄생과 1년 넘게 지속되는 질병의 확산일 것이다.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가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 즉,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고 하였다. 그 정도로 코로나 이후 우리 삶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예측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작년 한 해 코로나로 당황하거나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코로나 때문에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도 잠깐, 먹고 사는 문제까지 타격을 받게 되니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여러 분야가 타격을 받았겠지만, 교육 업계도 충격이 크다. 특히, HRD를 업(業)으로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수많은 교육과정이 무더기로 폐강, 휴강, 연기되고 어떤 교육과정은 집합교육에서 온라인 과정(이러닝)으로 급하게 전환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실감하고 있다.

일단 정부에서 다수 인원의 집합을 금지하고 대면활동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으니 일상적으로 진행하던 집합교육을 할 수가 없다. 또 ‘지금 이런 상황에 교육을 한다고?’와 같은 생각을 쉽게 할 수밖에 없다. 당장 생계가 위험한 마당에 교육은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기 십상이니 그렇다. 몸 담고 있는 기업, 기관의 수익, 성과가 불투명한 와중에 인재육성에 힘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자연히 채용은 줄고 기존 인력의 능력개발에도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이는 또 당연하게 기업이나 기관의 HRD 담당자의 역할 축소, 교육을 업으로 삼는 HRD 업체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이어지게 된다.

와중에 다행인 것은 오래전부터 온라인 교육을 위한 플랫폼, IT 기술이 꽤 발달되었고 축적된 콘텐츠도 많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부터도 4차 산업혁명, 이러닝, 에듀테크,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등 관련 이슈가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었고 시기가 좀 앞당겨진 것 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미 여러 기업, 기관에서는 대부분의 집합교육을 온라인을 활용한 교육훈련으로 전환하였고 민간 교육훈련 전문 민간 업체들 또한 비대면으로 교육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쏟아내고 있다.

 


전통적 HRD에서 HRD 담당자의 주요 역할


 

본래 HRD는 기업 또는 기관의 운영 및 번영을 위해 기업을 구성하는 핵심요소인 인재를 자원으로 간주하고 교육, 훈련을 통해 조직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함양하도록 육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일련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HRD 담당자, 또는 교육 담당자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HRD 담당자는 교육니즈 분석, 연간 교육계획 수립, 계획에 따른 교육 운영, 구성원 학습 지원 및 관리 업무 등을 담당한다. 이러한 업무들은 고전적인 교수체제 설계모형인 ISD(Instructional Systems Design) 모델의 ADDIE 모형 프로세스를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ADDIE 모형은 교육개발 및 운영의 단계가 니즈 분석(Analysis), 교육 기획(Design), 교육 개발(Development), 교육 운영(Implementation), 교육 평가(Evaluation)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1] ADDIE 모형

 

필자가 처음에 HRD 컨설팅을 시작했던 10여 년 전만 해도 교육과정 운영은 거의 대부분 ISD 체제를 충실히 따르는 정석대로의 ADDIE 모형을 활용하였다. 교육 수요자(학습자)의 교육니즈를 분석하고 그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콘텐츠를 기획한 다음, 적절한 강의용 자료(슬라이드, 교보재 등)를 개발하고 전문 강사가 해당 내용을 전달하게끔 하는 것이 주요 프로세스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나 기관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실제 HRD 현장에서 ADDIE 모델이 제시하고 있는 절차를 모두 수행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보통은 간단한 설문조사로 교육수요를 조사하여 교육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교육비만 지원하고 원하는 교육을 자유롭게 수강하도록 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HRD 담당자의 큐레이터 역할이 사실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것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어차피 교육담당자가 사내에서 진행하는 모든 교육과정을 개발하지는 않기 때문에 보통은 어떤 업체의 교육과정이 좋은지 선별하고 추천하는 역할을 지금껏 해온 것이나 다름없다. 이 또한 광의의 큐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예전에는 주로 집합교육, 이러닝 등을 중심으로 기획했다면 지금은 학습 콘텐츠, 교육방법이 다양하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경로도 많기 때문에 예전처럼 백화점식으로 많은 교육과정을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게다가 코로나로 집합교육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콘텐츠 큐레이션의 필요성


 

큐레이션은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선별과 배치를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가려내는 기술을 말한다. 과거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만 쓰였던 개념이 이제는 언론과 패션, 인터넷 쇼핑을 비롯해 금융, 유통, 여행, 음악 등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는 트렌드로 작용하고 있다.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선별된 양질의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큐레이션은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 신규 비즈니스의 기회가 창조적 작업(콘텐츠 제작)에서 콘텐츠의 분류 편집 및 유통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일상 속에서 요즘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큐레이션은 일명 유튜브 알고리즘이라고 불리우는 유튜브 추천 동영상일 것이다. 사용자가 시청했던 영상, 검색어 등을 기반으로 선호하는, 관심을 가질법한 영상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표 1> 유튜브 큐레이션의 4가지 작동방식
구분
내용

추출

유튜브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데이터 셋에서 검색어와 관련된 콘텐츠를 추출해줌

배치

로그인을 하면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특성을 고려해 콘텐츠를 배치해줌

정렬

현재 시청 중인 영상과 과거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 우선순위에 따라 정렬해줌

연결

현재 시청 중인 콘텐츠의 특성을 반영해 다음에 시청할 콘텐츠를 추천, 연결해줌

 

어떤 책을 살지 정하고 서점에 가기도 하지만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을지 모를 때 답을 주는 서점이 있다. 경주의 어서어서 서점(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이 바로 그곳이다. 유행 따라 소규모 독립서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흔적도 없이 금방 사라지는 요즘에도 만 3년째 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서점이다. 이 서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책으로 치유한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독자에게 맞는 책을 서점 주인이 추천해준다는 것이다. 그냥 추천이 아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취향을 고려해 추천하기도 하고 서점 주인의 취향을 반영해 큐레이션한 책을 보여주기도 한다.

2019년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 해에만 101,737,114부의 신간이 발행되었다. 어마어마하게 쏟아지는 신간들 사이에서 나에게 맞는, 내가 필요한 책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추천하고 매치해주는 것도 우리 일상과 밀접한 큐레이션이다.

IBM 추정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 전송, 데이터 센터 및 모바일 컴퓨터는 하루에 약 25억 기가바이트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하루에 20조 비트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150-350년 후, 디지털 비트수가 지구상 원자수 보다 많아질 것이며 현재 데이터의 90%는 지난 10년 동안 생산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데이터 센터는 이미 전 세계전력생산의 약 1%를 소비한다. 이렇게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데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은 어렵다.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할 때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찾는가? 아마 열에 아홉은 포털검색 사이트일 것이다. 최근에는 유튜브와 같은 개인 채널도 많이 활용하는 추세이다. 개인적으로는 구글 검색을 주로 사용하는데, 조그마한 창에 찾고자 하는 것에 대한 키워드만 입력해도 엄청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정보를 찾고 나면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 이 정보들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맞는 정보인지 아닌지, 더 좋은 정보는 없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해당 과정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력이 필요한 활동이다. 정보의 양도 많지만 그만큼 허위 정보도 많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해보고 부적절한 것을 구분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보를 찾고 고르는데 걸리는 시간과, 드는 노력을 아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 나 대신 양질의 정확한 정보를 골라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질문에 큐레이션이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 큐레이터로서의 HRD 담당자 역할변화와 필요역량


 

HRD 담당자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상황과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조직구성원들이 이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기성 교육과정 뿐 아니라 시의적절한 콘텐츠를 빠르게 공급해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거리두기 상황에서 대면하지 않고 학습을 지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방법에 대한 적극적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HRD 담당자 스스로 역할 변화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변화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역량을 함양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앞으로 HRD 담당자는 집합교육이나 이러닝 중심 교육에서 실시간 온라인 교육, 마이크로 러닝, 플립러닝 등 점차 다양해지는 교육 방법(형태)으로 변화하고, 많은 양의 학습 콘텐츠가 생산되는 상황에서 다음과 같이 학습 큐레이터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1. 큐레이션을 위한 빅데이터 기반 학습자 요구분석, 수요조사가 더욱 중요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어떤 교육이 인기 있는가 등 단순한 학습자 요구 및 수요에 기반한 교육계획이 아니라 빅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요구분석, 수요조사가 필요하다. IT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일명, 스마트 러닝)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자의 학습 데이터의 수집이 이전보다 간편해졌다. 이 때, 학습 데이터는 학습자들이 선호하는 교육과정, 이수율, 주요 접속 시간대 등에 대한 통계가 될 수 있다. 학습 데이터를 비롯해 학습자의 근무 경력, 직무, 역량평가 등 조직 내 산재되어있는 개인 역량 관련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맞춤형 콘텐츠를 큐레이션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습자들의 학습 선호도뿐만 아니라 개인의 직무 필요역량, 경력발달 단계 등을 고려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적 HRD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 적절한 콘텐츠를 선별하는 안목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많은 양의 정보가 매일 쏟아지는데 어떤 콘텐츠가 적합한지 고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즉, 같은 주제, 유사한 내용이더라도 효과적이고 질적으로 우수한 콘텐츠를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직접 경험해보면서 안목을 성장시키는 방법뿐이다. 콘텐츠 큐레이터로서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되 콘텐츠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점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영역과 계층의 사람들과 자주 소통하며 견문을 넓히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나아가 HRD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1. 자기주도적 학습 지원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 원격근무, 비대면 등 일명 언택트 삶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는 곧 예전처럼 모여서 학습하는 것 보다 개인적으로 학습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전환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학습자가 교육을 ‘받는’ 관점에서 학습을 ‘하는’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한 구조로 전환해야 함을 의미한다.

최근의 교육이 집합교육, 이러닝(비실시간) 등 장시간의 시간소요를 필요로 하는 교육보다는 마이크로러닝과 같이 작은 주제로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개인화된 학습 콘텐츠를 활용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ATD 설문 결과 마이크로러닝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며 거의 대부분 동영상(79%), 분절된 이러닝(79%), 인포그래픽과 같은 비주얼 자료(62%) 등의 형식을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그때그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짧게 확인하고 습득할 수 있는 형태의 학습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다.

HRD 담당자는 학습자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무한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별 또는 개발하여 지원하고 해당 콘텐츠가 적합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 기술적 지원도 병행되어야 한다.

 


마치며


 

의도하지 않았지만 현재 우리는 다른 사람 또는 AI의 추천을 의지하며 살고 있다. 추천 음악, 추천 맛집, 추천 영상, 추천 도서 등 누군가가 골라주는 정보에 많이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일상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큐레이션은 HRD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추천 강좌, 추천 강사, 추천 프로그램 등등 이미 오래전부터 알게 모르게 우리의 선택을 좌우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양질의 많은 정보를 거르고 걸러서 나에게 맞춤인 정보를 얻는데 큐레이션을 활용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HRD 담당자들은 콘텐츠를 보는 안목을 기르고 학습자가 비대면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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